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 7월 14일까지 범진용 작가의 개인전 ‘걷는 식물’을 개최한다. 2009년 개관한 이후 9년간 16명의 작가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63명의 작가를 후원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 입주작가의 후속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금까지 한지석(2019), 김건일(2020), 제이미 리(2021), 임승천(2023)이 전시를 열었고, 올해 전시를 열게된 범진용 작가는 6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범진용 작가는 세상을 면밀히 관찰해 그리는 작가다. 버려진 풍경과 이름 모를 잡초의 생명력을 담아내며 최근에는 주변인이 등장하는 기억에 초점을 맞춰 세계를 확장한다. 작품에서는 쉽게 휘발되거나 얽히는 기억의 속성을 반영하듯 다소 가벼운 표면과 추상적인 형상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시명 ‘걷는 식물’은 삶의 흐름에 따라 이주하는 작가 자신이 마치 걸어 다니는 식물과도 같다 하여 붙인 제목이다. 전시는 ‘인물’ 시리즈와 ‘풍경’ 시리즈로 구성돼 대형 신작을 포함한 회화 4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물’ 시리즈는 소중한 이에 대한 부재와 애도의 기억을 바탕으로 시작됐으며 주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시리즈의 초기작이기도 한 <까마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오는 19일부터 4월 7일까지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9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자연 환경에 둘러싸인 화이트블럭 천안 창작촌에서의 2년 동안의 입주 기간을 마무리하는 결과를 전시한 것이다. 김재유, 박경종, 이재석, 임선이, 임소담, 정주원, 정철규, 최수련 작가의 신작을 공개한다. 김재유는 계절이 변하면서 쌓인 눈이 녹아가는 과정을 화폭에 담아냈으며, 공사가 중단된 도로 옆의 철새 서식지처럼 인공의 것과 자연의 것이 서로 기이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는 풍경에 관심을 두었다. 전통적 의미에서 풍경화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소재들에서 느낄 수 있는 낯섦과 역설적인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박경종은 이른바 ‘이발소 그림’으로 불리는 키치적인 작업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재로 고급예술(high art)와 저급예술(low art)의 분열을 꾀한다. ‘현대미술은 무엇인가’로 시작해 예술을 통한 소통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을 시각화한다. 유머가 담겨 있으면서도 깊이 고민해 볼 만한 화두를 던진다. 이재석은 작업실 주변 환경에서 보이는 죽은 나무와 곤충들의 사체를 소재로 하되, 이 역시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이 오는 10월 31일까지 민중미술 작가이자 여성주의 미술 대표작가인 정정엽의 20번째 개인전 ‘걷는 달’을 개최한다. 정정엽 작가는 팥과 콩, 나물과 싹튼 감자, 벌레와 나방 같은 소외된 연약한 존재들을 작업의 주제로 그리면서 ‘여성’과 ‘여성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는 1988년 김인순, 김진숙, 윤석남과 함께 ‘여성미술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 주최·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걷는 달 ▲얼굴 풍경2 ▲붉은 드로잉 등 총 3개의 주제로 꾸며졌으며, 동시대를 살면서 교감해온 여성의 초상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했던 동료작가와 활동가, 신문이나 책을 통해 공감하게 된 여성의 이야기, 우연히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까지 다양한 여성의 초상을 그려냈다. 먼저 ‘걷는 달’은 미술관과 카페, 바닷가, 숲길 같은 풍경과 공간 속 여성들의 몸짓을 읽어낸 신작 10점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홀로 걷거나 앉아있는 여성들을 그렸으며, 기존 화풍과 달리 간략한 선으로 쓸쓸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했다. ‘얼굴 풍경2’에서는 2
화이트블럭 천안 창작촌에 입주한 작가 8명이 파주시 탄현면의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에서 오는 4월까지 기획전 ‘비탈길을 좋아했지’를 선보인다. 18일 개최되는 ‘비탈길을 좋아했지’는 강인수를 비롯한 김건일, 박혜수, 범진용, 장은의, 장재민, 전가빈, 조가연 작가가 이은주 독립기획자를 초대해 준비한 전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서 ‘기사단장 죽이기’ 내용 중 ‘프란츠 카프카는 비탈길을 좋아했지’라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원로 화가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그림 속 인물이 실체화돼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내용으로, 예술작품이 물리적인 세계의 반사체가 아닌 그 자체로 현실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참여 작가들은 이 소설에서 착안, 예술가가 있는 자리를 ‘비탈길’로 상정하고, 사회적 통념이 현실이라고 지시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를 실체화하는 예술 작업의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덧붙여 비탈길은 이들이 작업하는 화이트블럭 천안 창작촌이 위치한 광덕리 174번지 오르막길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회화, 조각, 설치 등 각자의 방식으로 지난 2년 간 ‘비탈길’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에 위치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5주 간 회화 작가 김건일의 개인전 ‘바람이 지나는 길’을 전시한다. ‘바람이 지나는 길’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펜데믹 상황에 움츠린 감각을 깨워보길 바라며 기획됐다. 전시명에 담긴 ‘바람’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작가 김건일의 마음 동향을 드러낸다. 김건일은 작가 노트를 빌어 “몇 년 전부터 작품에 여유를 두기 시작했다”며 “단박에 그리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호흡을 고르며 세상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나갔다. 작품을 통해 ‘자유’를 경험하는 게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유화로 숲을 표현하면서 캔버스를 온통 초록의 빼곡한 잎사귀나 나무로 채우는 등 빽빽하고 울창한 숲을 그려왔던 김건일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숲’ 풍경에서는 바람으로 휜 나뭇가지나 흐르는 물길을 강조하는 등 비교적 ‘여백’을 넣은 것이 눈에 띈다. 그동안 김건일이 그린 숲 그림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어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회화를 대하고 작업 과정을 마주하는 데 있어 한결 편해졌다고 밝히는 작가의 태도 때문일까? 작년부터 그가 그려온
이재훈 작가의 개인전 ‘이상한 정원 □ 희한한 동네’가 3일부터 30일까지 파주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개최된다. 전통 회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재료를 확정하고 형식을 실험하며 현대미술로서 동양화의 동시대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이재훈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한 동양화 방법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인식한 것들을 시각화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재훈은 동양의 전통 산수화 중 자연을 묘사한 산수화를 방에 걸어 두고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을 가진 와유(臥遊)라는 화론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공간을 전유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동네’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현상 등을 인지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한다면, ‘정원’은 동네에서 경험하고 인식한 것들을 시각화한 장소가 된다. ‘정원’을 감상하는 이들은 그 형태가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마치 화가 종병이 와유하는 것처럼 작가가 그려낸 장소의 본질을 공감하고 주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시 제목에서 ‘동네’와 ‘정원’을 연결하는 ‘ㅁ’자 기호는 정원을 구성하는 공간(위요공간)과 동네의 구획된 공간의 모양을 대치하는 일종의 시구(詩句) 형태